‘내 원체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조금 많이 지난 드라마이지만 이 구절만큼은 아직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미스터선샤인’ 김희성의 대사처럼 어쩌면 요즘 사람들은 무용한 것들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살아 갈지도 모릅니다. 드라마 속의 김희성은 개화기에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앞선 청년인데요, 아주 낭만적인 인물로 등장하죠. ‘낭만’이라는 것은 어려운 시기에는 사치처럼 들리는 말일수도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힘든 시절일수록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제로코로나로 중국경제가 얼어붙어 작년 11.11(광군제)에는 매출 데이터 발표를 정부에서 막았을 정도입니다. 뷰티 시장도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죠. 하지만 최근 [to summer观夏]，[RE Classified], [Scentooze 三兔]와 같은 향 전문 브랜드들이 등장해 성공을 거두고 있고, [Home Facial Pro], [SATURNCOFFEE]를 비롯한 타 카테고리의 많은 브랜드들도 향을 이용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왠 ‘향’이냐구요? 원래 낭만은 어두운 시기에 더 빛을 발하고 위로가 되는 법이니까요. ‘립스틱효과’처럼 말이죠.

최근 중국도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싱글족들이 늘어나면서 1인 가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에 따라서 인테리어 시장도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내 집마련은 힘들어도 내 방 한 칸은 내 맘대로 꾸미고 싶은 젊은이들이 주 타겟입니다. 빡빡한 직장생활에 큰 가구는 엄두도 안나겠지만, 작은 조명이나 인테리어의 분위기를 이끌어줄 스몰 아이템들이 인기를 끌고 있어요. 전문용어로 ‘오브제’라고 하는데요.

 오브제  [프랑스어] objet

‘초현실주의 미술에서, 작품에 쓴 일상생활 용품이나 자연물 또는 예술과 무관한 물건을 

본래의 용도에서 분리하여작품에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느낌을 일으키는 상징적 기능의 물체를 이르는 말.’

최근 등장하는 니치 향수 브랜드들도 이런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내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할 하나의 오브제. 오늘은 오브제로서 톡톡히 역할을 하며 주목받는 니치 향 브랜드들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humble]은 2020년 상하이의 디자이너가 만든 향기 브랜드인데요. ‘humble’이라는 이름은 브랜드의 철학으로 모든 사람은 다 다르고,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겸손한 삶의 자세임을 말합니다. 진지한 철학을 가지지만 생활 속에 위트와 편안함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갑니다.

‘파르테논신전’ 시리즈 : 제우스는 파티풍선을 들고 있고, 헤라는 와인을 마시고, 아폴로는 컴퓨터 작업을 합니다. 각 시리즈를 만들 때마다 세상 다른 나라의 역사나 정신에서 영감을 얻지만, 이러한 진지한 철학위에 위트있는 포인트로 생활의 즐거움을 줍니다.

YRGD 는 2021년에 처음 선보인 브랜드로 ‘小而精/美(작지만 정교하고 아름다운)’이라는 컨셉을 가지고 있습니다. 향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정서적 치유에 관심을 기울이고, 일상 생활 속에서 작지만 반짝이는 YRGD 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럴 때 있잖아요, 아주 작은 물건이지만 아주 정교하게 디자인된 어떤 것을 옆에 두고 있을 때 느껴지는 완전한 충족감 같은 것. 마치 예술작품처럼요. YRGD 가 추구하는 것이 바로 그런 ‘무용하고 아름다운’것 들이에요. 때문에 YRGD 의 제품들은 생산 과정도 아주 섬세하고 정교하게 제작되고, 이런 과정들을 컨텐츠와 체험을 통해 소비자와 교감하면서 기대와 만족감을 증폭시킵니다.

시그니처 제품 ‘鸭掌杯(Duck Palm Cup)’는 핸드메이드로 만들어지는 도자기입니다. 현지 도자기 장인과 협력하며, 복제할 수 없는 수제의 흔적을 지닌 제품입니다.

珍宝蛋(treasure egg) 달걀 껍질에서 영감을 얻은 카 디퓨저로 6가지 종류로 디자인됩니다. 각자의 독특한 삶의 흔적을 표현하며, 운전하는 동안 아주 작은 예술 설치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명품 브랜드의 향에서 전문 장인의 향으로, 니치 향수의 트렌드를 넘어 이제는 라이프스타일로서의 향으로. 중국 시장에서 향은 빠르게 생활 속으로 침투하고 있습니다. 95-00세대들의 소비 트렌드를 본다면 앞으로도 리빙, 인테리어, 향과 같은 아이템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 같아요. 어두운 시기이지만 이미 풍요속에 태어난 소비자들은 작은 정서적 만족에 더 큰 위로를 얻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항저우에도 어둑 어둑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저도 작은 향초를 하나 켜야겠어요. 오늘의 레터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암주에도 반짝이는 브랜드들과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