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잘 보내셨나요? 한 주 한 주가 어찌나 빠른지 벌써 4월의 마지막 레터를 쓸 시간이라니...믿어지지가 않는 목요일입니다. 😲 바쁜 틈틈히 레터도 꼼꼼히 읽어주시는 구독자님들께 감사드려요!
이번 코너는 [Branding Talk] 시간인데요, 최근 진행했던 브랜드 슬로건 프로젝트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사례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구요. 브랜드 디자인, 네이밍, 스토리텔링, 고객체험, 컨텐츠, 프로모션... 이처럼 브랜딩에는 여러 요소가 있고, 각각의 요소를 통해 브랜드 컨셉을 잘 전달하고 공감하게 하는 것이 브랜딩일텐데요.
그 중 '슬로건'은 딱 한 마디로 브랜드의 핵심을 간파하고 기억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미션이 있어요. 그래서 어렵기도 하지만 그래서 또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지요. 브랜드들의 슬로건을 들여다보면 그 한끗을 찾기 위해 고민한 흔적들이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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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중국의 슬로건들은 44,55의 댓구로 이루어진 슬로건이 많습니다. (꼭 그런것은 아니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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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댓구에 익숙한 것은 중국 문화와 역사 속 한시들이 모두 이런 댓구 구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시'라는 것이 응축된 문장이다보니, 어떤 내용을 함축할 때 시의 구조를 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래 가사도 그렇구요. 그래서 브랜드 슬로건을 살펴보면 노래나 랩의 라임처럼 4455의 리듬을 맞추고 어미의 라임을 맞춘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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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아 스킨케어 브랜드 [Ellebebe 嗳乐蓓贝]의 슬로건은 '嗳乐蓓贝 宠爱加倍'입니다. bebe라는 발음을 가진 '蓓贝bèi bèi'와 배가 된다는 의미의 '加倍jiābèi'의 라임을 맞춘거에요. '엘르베베와 함께하면 사랑이 배가 된다'의 의미를 만들면서, rhyme을 맞춰 운율감있게 읽히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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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율을 맞추면서도 더 아이디어 있게 브랜드과 연계한 사례도 있습니다. 중국 유아 스킨케어의 대표브랜드인 [Giving 启初]는 브랜드 네임인 '初(처음)'를 함께 활용하여 운율을 전합니다. 슬로건인 '取自然之初 育生命之初'는 ~~之初, ~~之初의 댓구를 가지고 있지요. '자연의 처음을 가지고, 생명의 처음을 기른다'는 의미인데요.
'初' 키워드는 브랜드 네임에 포함된 동시에 브랜드의 핵심 컨셉을 표현하고 있는 코어이기도 하거든요. 모든 생명의 처음인 가장 여린 아기의 피부를 자연의 가장 순수한 성분으로 가꾸는 브랜드의 컨셉을 발음과 함께 이름과 연계시켜 기억되기 쉽도록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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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梅见]은 젊은이들의 바이주로 잘 알려진 [江小白] 기업의 매실주 브랜드입니다. 최근 저도수, 건강에 대한 니즈가 높은 젊은 타겟들을 대상으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컨셉을 어필하고 있는 고급 매실주인데요. [梅见méi jiàn]의 슬로건은 '好酒梅见,甚是想念' 그대로 해석하면 '好酒梅见 좋은 술 메이지엔, 甚是想念 너무 그리워' 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 슬로건을 읽는 중국인들은 好酒梅见을 읽으며 바로 늘상 쓰이는 일상어인 ’好久没见 hăojiŭ méi jiàn‘을 떠올립니다. 好酒梅见과 好久没见는 발음이 같기 때문이에요. '好久没见, 甚是想念'라고 읽을 땐 '너무 오랫만이야, 보고싶었어' 라는 의미가 되요. 슬로건이 나온 시기가 코로나 시기였던 것을 감안해 볼 때,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과 조촐하게 부담없이 술 한잔 기울이는 광경이 바로 연상되는 슬로건이지요. 이처럼 슬로건은 이름을 적절하게 활용해 '좋은 술=메이지엔'을 각인 시키면서도 젊은 타겟의 감성에 호소하여 장면을 떠오르게하고 '부담없이 한잔 하는 술'이라는 브랜드의 핵심 컨셉을 정서적으로 어필 할 수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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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N 隐]은 베이징에 설립된 골드 악세서리 브랜드입니다. 감각적인 브랜딩으로 언젠가 스몰 브랜드 소개에서 다뤄보고 싶었던 브랜드인데요. 브랜딩 감각은 어김없이 슬로건에서도 드러납니다. [YIN 隐]은 유럽에 거주하는 유학파 동료 두명이 설립한 브랜드인데요. gold 소재를 좋아하지만, 중국의 금 브랜드는 대부분 올드한 스타일 뿐이었던 2014년,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gold 악세서리 브랜드를 창립하게 됩니다. gold 가 가졌던 그동안의 고정관념을 깨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중국의 '금'하면 번쩍 번쩍 두르고 부를 과시하는 금 목걸이나 팔찌가 떠오르죠. 하지만 [YIN 隐]이 추구하는 컨셉은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은밀한 취향입니다. '隐'의 의미는 '비밀스러운, 은밀한' 이라는 의미거든요. 동방의 본질적인 가치가 물질의 과시가 아니라 심오한 정신에 있다는 동방미학의 철학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참 재미있게도 gold를 다루는 브랜드 [YIN 隐]은 silver(银yǐn)과 발음이 같은 글자를 쓰고 있어요. 슬로건에서도 이런 아이러니한 아이디어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슬로건 '是金, 是隐' 은 '是金, 是银(금이고, 은이다)' 처럼 대칭 구조를 이루는 것 같으면서도, '是金, 是隐(금인데, 은밀하다)' 는 [YIN 隐]의 핵심 컨셉을 짧은 한마디로 함축하고 있습니다. 미니멀하고 추상적인 브랜드의 이미지와 심오한 동방미학을 추구하는 브랜드로서, 슬로건도 구구절절한 설명보다는 짧고 심오하게, 하지만 강력하고 감각적으로 표현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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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들어진 브랜딩은 구사하는 언어, 뉘앙스 하나 하나를 활용해 컨셉을 어필합니다. 디자인의 전체적인 무드를 완성하는 것처럼, 언어에도 브랜드만의 무드와 컨셉을 담아야 합니다. 컨텐츠의 성격도, 직원들의 말투나 어휘 선택도 브랜드가 지향하는 일관된 방향성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관리되죠. 하물며 한마디로 브랜드의 핵심을 간파시켜야 하는 슬로건은 두말 할 여지가 없겠지요?
오늘 레터는 여기서 마칠게요! 😊 다음주는 노동절 연휴로 한 주 쉬어갑니다. 한 주 건너 5월 뉴스클리핑 들고 올게요! 모두 알찬 4월 잘 마무리 하시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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